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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증류주

Bunnahabhain


Bunnahabain 12

아일라에 있는 증류소 중에서는 인지도가 조금 떨어지는 부나하븐(라프로익 혹은 아드벡에 비해서). 독립병입자인 고든 맥페일에서 나온 부나하븐8년을 마셔본게 처음이었는데 입에 딱 넣자마자 바나나가 떠오른게 기억에 남아있다. 그 후로 그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정규 바틀을 사려고 했는데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이상하게 12년 가격이 비싸서 미루고 미루다 온라인에서 적당한 가격을 찾아서 지인들과 여럿이 단체로 구매했다. 피트향이 매우 옅거나 거의 없어서 아일라 스카치 입문자를 위해서 자주(내가) 추천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보통 '오 좋다!' 이러면서 라프로익, 라가불린 등등 더 피티한 쪽으로 가거나 '그냥 그런데?' 이러면서 등을 돌려버린다(이 경우는 주로 스페이사이드 쪽으로 가거나 스카치를 안 좋아함). 어느경우에도 부나하븐에 머무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난 좋아하는데.............. 

향에서는 피트와 스모크를 찾기 힘들다. 조금 버터스카치의 향?

맛에서도 피트와 스모키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라프로익10을 자주 마시는 입맛임) 버터스카치, 바닐라, 고든맥페일 8년 과는 다르게 바나나가 탁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단맛이 꽤 있는데 어떤 류의 단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꼽자면 연한 꿀의 단맛과 비슷한것 같다. 끝맛은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편.

스쳐지나가는 쉐리의 맛이 있어서 이거 쉐리 캐스크가 섞여있나? 하고 찾아봤더니 쉐리, 버번, 위스키 배럴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부나하븐 12년을 마시다 보니 독립병입자 치프튼에서 나온 부나하븐 15년을 마시고 싶어짐.

포트와인 파이프 캐스트 피니쉬라고 되어있는데 여기서 파이프는 포트와인을 숙성 시키는 독특한 모양의 오크통을 뜻한다. 보통 오크 배럴과 다르게 파이프처럼 홀쭉하고 길쭉한 비율을 가지고 있는 오크통. 포트와인 배럴에서 얼마나 숙성된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아닐까 싶다. 길면 2년?

사진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실제로 보면 색상이 상당히 핑크핑크 하다. 글랜모렌지에서 나온 퀸타루반과 비슷한 빛깔인데 퀸타루반은 식용 색소가 첨가된 색이지만 이건 자연적인 색상. 이 분홍빛이 시각적으로 더 맛있다는 느낌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는데...글랜모렌지는 왜 색소를 넣었을까...?

향에서는 포트와인향이 확실히 올라온다 그리고 정규12년 보다는 스모키한 향이 살짝 더 느껴진다.

입에서는 상당히 시럽스러운 느낌이 난다. 질감부터 약간 끈적(?)하고 맛에서도 단맛이 느껴진다. 55도라는 도수에 비해서 알콜맛이 정말 안 느껴지고 타는듯한 느낌도 별로 없는게 알콜맛이 정말 잘 잡혀있다. 대신 마시고 나면 식도를 타고 술이 내려가는 느낌이 확실히 있고 속이 따듯해진다. 달달하면서 다크초콜렛에 덮여있는 과일이 생각 나는데....어떤 과일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과일의 단맛이 살짝 이어지다가 다시 다크초콜렛의 씁쓰름한 맛으로 여운이 이어진다. 정규 12년이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데 비해서 이건 맛있는 쓴맛이 은은하게 이어진다. 여기 내가 서술한것보다 여러가지 맛이 많이 나는데 너무 휙휙 지나가서 뭐가 뭔지 잡아내기엔 내공이 부족....


가격 차이는 한 3.5배쯤 나는데 15년이 뭐 3.5배씩이나 맛있지는 않다. 더 나은건 확실하지만 내 입에는 12년도 충~~~분히 훌륭하다. 15년을 마시고 12년으로 돌아가 보니 버번의 영향이 확실히 느껴진다 (버번배럴이 쓰였다고 알고나니....사람 입맛이 이렇게 간사함). 이 정도 가격 차이라면 무조건 12년으로 선택해야 하지 않나 싶다...단 돈이 문제가 아니라면 15년을 추천. 나는 이제 맛을 한번 봤으니 앞으로는 12년 바틀만 사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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